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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0년 8월 13일
  • 6분 분량

시목동재

<두 검사의 사건 경위서>


윤네임 (트위터 @xeefxrncexa)


사건 발생 일시 2020. 08. 15 

"그래서 대체 뭔 일이 있었던 건데?"

"별 일 없었습니다."

사건 발생 장소 계룡산

"니네 꼬라지를 봐라 별 일 없었던 게 맞는지."

"에이 정말 별 일 없었다니까요."

사건 내용

"서 검사님이랑 입 맞춘 거 말고는 별 일 없었습니다."

"뭐?"

*

"야 황프로. 어디 가?"

"사건 조사하러 가는데요."

"뭐 아 그 계룡산?"

"네."

이상한 사건이었다. 계룡산 중턱의 한 산장에서 죽은 30대 중반의 남성. 용의자는 남성의 애인으로 좁혀지는 듯 했으나 그의 애인으로 보이는 인물 역시 인근 절벽에서 추락사. 경찰은 자살로 판단했지만 시목의 눈에는 자살로 보이지 않았으니 이상한 사건이라고 판단할 이유는 충분했다. 

"자살할 이유가 없다 이거지?"

"자살을 하려고 산을 타지는 않을 테니까요."

"그럼 애인은?"

“타살이거나 애인이 아닐 가능성도 있습니다.”

"자살 하려고 산에 간 게 아니라 애인과 말다툼 후 애인이 추락사해서 자살한 거라면?"

"그럴 가능성은 없습니다. 애인이라고 추정되는 그 분의 사망 추정 시각은 더 늦었으니까요."

"그럼 애인이 죽였다는 거야?"

"그건 장담할 수 없습니다."

"설마 그거 확인하러 가는 거니?"

"네."

경찰도 아니고 검사가 굳이? 라는 표정을 짓는 동재를 가볍게 무시하고 운전석에 탄 시목이 내비게이션에 계룡산을 치고 있을 때쯤 조수석에 동재가 올라탔다.

"뭡니까."

"뭐가."

"왜,"

"아니 뭐 좀 심심해서. 왜 뭐 내가 같이 가면 안 되는 이유라도 있어?"

"네. 시끄러우니까요."

"야!"

"진짜로 가실 겁니까?"

"그럼 가짜로 가니?"

"아효 안전벨트 메시죠."

사건 조사 하러 가는 길에 사건을 만드는 인물이 붙었으니. 시목은 이명이 들리지도 않는데 지끈대는 머리에 미간을 찌푸린 채 시동을 걸었고 한참 쫑알거리던 동재는 적당한 에어컨 바람에 창문에 머리를 기댄 채 선잠을 들었다. 

"서 검사님. 다 왔으니까 내리시죠."

"응...응? 아 어 되게 빨리 왔네?"

"두 시간, 걸렸는데요."

"...야 그 정도면 빨리 온 거지."

"예 그렇습니까."

"근데 시목아 우리 산타야 하냐?"

당연한 사실이었다. 계룡산 중턱에 위치한 산장이었으니까. 

"당연한 걸 왜 물어보십니까."

"아니 그건 그렇지만."

"차에 계세요 혼자 가겠습니다."

"아냐 같이 가 혼자 있기 싫어."

역시 데리고 오는 게 아니었는데. 서동재는 생각보다 손이 많이 가는 사람이기에 시목은 동재를 데리고 온 것을 매우 아주 많이 후회했다. 혼자 오르기에도 좀 벅찬 산길을 저 말 많고 손 많이 가는 사람과 함께 올라야 하니 이것이야 말로 스스로 불러온 재앙이었다. 

"야 근데 시목아 좀 이상하지 않아?"

"네 그렇습니까."

"야 씨 좀 진지하게 들어."

"네."

"저기 앞에 봐봐 안개가 너무 많이,"

두 사람은 미처 확인하지 못한 사실에 대해 그제야 인지하였다.

 8월, 여름, 그리고 장마. 

"...산장 아직 멀었어?"

"...네 아마도요."

"에이 설마 비가 오겠니."

"설마가 사람 잡습니다."

"너 지금 그런 말 할 때가 아니야. 비가 오면 우리 둘 다 맞아야 하는 신세라고!"

"그 전에 산장을 찾으면 되지 않습니까."

"그 산장까지는 얼마 남았는데?"

"대충 20분 정도 남았네요."

"하 씨 괜히 따라왔어."

분명 일기예보를 확인했음에도 불구하고 우산을 챙기는 걸 깜빡한 동재는 과거의 자신이 우산을 챙기지 않은 것이 아닌 시목을 따라 온 것을 질책했다. (그게 동재다운 면모였지만) 곧 비가 올 것을 암시하는 것인지 아님 비가 내렸음을 뜻하는 것인지 계룡산은 안개가 점점 더 자욱해졌고 축축한 느낌이 드는 게 어째 기분이 묘해진 동재는 발걸음을 빨리 했다. 20분이 걸릴 거라던 시목의 말이 무색하게 빠른 걸음으로 산을 오른 동재는 10분이나 더 일찍 도착했고 곧이어 시목이 뒤를 따랐다.

"근데 여기 좀 으스스한데."

"잘 모르겠는데요."

"어휴 네가 뭘 알겠니."

산 중턱에 있는 산장들은 대충 같은 특징이 있었다. 나무로 지어졌고 밤에 보면 귀신 나올 것 같은. 추리물에 자주 등장해 꼭 살인사건이 일어난다는 그 산장들. (황검사의 사건 경위서에는 그저 단순한 산장이라고만 묘사되어 있다.)

"서 검사님."

"응?"

"지금 여기서 농땡이 피울 시간 없습니다."

"야 나 아무것도 안 했거든?!"

"그러니까요."

"이 새끼가 진짜."

"겁먹으신 겁니까?"

“아니거든 이런 곳이 뭐가 무섭다고.”

사실 맞다. 살인사건은 많이 봤지만 귀신이라면 질색팔색을 하는 동재였으니 산 중턱 산장은 그런 동재의 심리를 자극하기에 충분했다. 최대한 겁먹은 티를 내지 않으려 했지만 이미 표정에서 감정이 다 드러나는 동재는 백날을 노력해도 포커페이스가 되지 않았다. 그런 동재를 가볍게 무시한 시목은 비가 오기 전에 모든 일을 끝내야 했기에 산장 안으로 들어섰고 혼자서 밖에 서 있는 게 더 무서울 거라는 사실을 깨달은 동재는 시목의 뒤를 따를 수밖에 없었다. 

“왜 하필 이런 날에 여긴 아무도 없는 거야 대체.”

“오늘이 휴일이니까요.”

“그러니까 왜 그런 휴일에 여길 오는 거냐고.”

“따라 오신 건 서 검사님입니다. 강요한 적도 없고요.”

“아니 나 말고 너 말이야.”

“휴일에 와야 조사 하는데 방해를 받지 않으니까요.”

그런 시목이 지금 서동재라는 아주 거한 방해 요소를 달고 왔으니. 혼자 해도 난항일 수사가 더 난항에 빠지지만 않는다면 다행일 노릇이었다.

“야 황시목 잠깐만 지금 무슨 소리,”

역시 안 좋은 예감은 절대 빗나가지 않는다. 기어코 비가 쏟아지기 시작했고 장마를 티내는 듯 굵은 빗줄기가 산장을 뚫고 들어올 기세로 내리기 시작했다. 우산도 없이 맨몸으로 핸드폰만 들고 온 두 검사에게 그냥 비도 아니고 장대비라니. 천둥번개까지 동반해 내가 여름 장마요! 를 티내는 날씨를 보며 원체 허연 동재의 얼굴이 더 허옇게 질려가고 있었다.

“운이 나빴네요.”

“이게 지금 그냥 나쁜 거니? 아주 매우 엄청 나쁜 거야 지금 너랑 이 산장에 갇혀있게 생겼다고!”

“저도 기쁘진 않은데요.”

“내가 말을 말자 그냥. 사건 현장 어딘데?”

“4층 403호입니다.”

생각보다 더 낡은 산장이었는지 걸을 때마다 삐그덕 거리는 소리와 덜 닫힌 문이 열리며 끼익 거리는 소리가 어우러져 공포심을 자극하기엔 딱 이었다. (귀신만 나와 준다면 서양 공포 영화 3대장이 다 모인 느낌이었다고 서검사의 사건 경위서에 적혀있었다.)

403호는 생각보다 깨끗했다. 자살이라고 판단을 내릴 수밖에 없었다는 것을 티내는 듯이 바닥을 굴러다니는 의자와 매달린 줄, 침대 이불 위에 놓인 유서. 이 모든 것들이 사건의 화살표를 자살로 기울게 만들고 있었다.

“좀 이상하지 않습니까.”

“응? 뭐가.”

“유서요.”

“침대 위에 있었다고 적혀있는데? 뭐가 이상하다는 거야.”

“잘 보십시오. 침대 위가 아니라 머리맡입니다. 근데 지금 이 유서는 이불 위에 있잖습니까.”

“잠깐 그러니까 네 말은 지금.”

“왔다 갔거나 아님 지금 여기 어딘가에 있겠죠, 범인이.”

“... 야 설마 그럴 리가.”

“현장을 조작하기엔 가장 좋은 타이밍입니다. 경찰은 자살로 판단하고 있으니까요.”

“그래도 그렇지 고작 그런 이유로 이런 대담한 짓을 한다고?”

“또 하나 더 있습니다. 최근에 일어난 연쇄방화사건, 지금 인력이 집중 된 사건은 그 쪽입니다. 그러니 경찰이 오늘 올 일은 적다고 판단한 거겠죠.”

“오늘은 날이 아닌가보다, 시목아.”

“진범을 찾기엔 최적의 날 아닙니까?”

억세게 내리던 비가 어느덧 그칠 기미가 보이자 진범이 여기 있든 아니든 나가서 생각하자며 산장 입구문을 잡은 동재는 그대로 얼어붙었다.

“... 이거 안 열리는데?”

“... 저희가 당했네요.”

“하 씨... 이 미친놈 진짜.”

“핸드폰 전파 잡힙니까?”

“아니...”

“음."

"야 어쩌다 이런 곳에 너랑..."

"저도 좋진 않은데요."

“하여간 범죄자 새끼들은 하나 같이 짜증나게 해.”

"적폐도 범죄,"

"조용히 해라."

"네."

"... 그렇다고 너무 조용히 있지는 마."

"어느 장단에 맞춰야 하는 겁니까."

"그건 네가 알아서 판단해야지 뭘 묻고 그래?"

"서 검사님 변덕이 장마철 날씨보다 더 심한 것 같습니다."

"이게 이젠 대놓고 하늘같은 선배 욕을 하네?"

"네 하늘같네요."

"야 당연하지 나 같은 선배가 또 어디 있다고."

"장마철 하늘이요."

"야!!"

"네."

"진짜 재수 없는 놈..."

"네."

"어휴 누가 널 데려가겠니."

"네."

"우리 황프로 얼굴은 괜찮은데 말야."

"네."

"야 그냥 대답하지 마. 로봇이니? 뭔 말만 하면 다 네네."

"서 검사님."

"왜."

"제가 얼굴이 괜찮습니까."

"그럼 괜찮지. 눈 코 입 다 있잖아."

"아 네."

"뭐야 그 반응."

"아무것도 아닌데요."

"아니긴 뭐가 아니야. 표정은 딱 마음에 듣지 않는 대답을 들은 표정인데."

"네."

"뭐 왜 뭐 또."

"눈 코 입이 다 있으면 괜찮은 겁니까."

"그럼 뭘 바래. 눈 코 입 다 있으면 괜찮은 거지."

"네."

분명 시목의 수습 기간까지 꽤 오랜 시간동안 붙어 지냈다고 생각했는데 이상하게도 어색한 분위기가 계속 되었다. 하긴 산장에 갇혔는데 분위기가 좋으면 그게 더 이상하겠지만.

"아 씨 뭐야 이거."

"바퀴벌레네요."

"야 시, 시목아 저, 저거 좀 자, 자, 잡아, 잡아봐."

"그냥 놔두면 알아서 갈 텐데요."

"아악!!! 씨... 빨리 저거, 저거 좀..."

나이를 40 넘게 먹었지만 벌레와는 친해질 수 없는 동재는 바퀴벌레가 보이자마자 비가 내렸을 때보다 더 허옇게 질렸고 산장 입구 앞에 앉은 시목의 무릎 위에 올라타 눈을 가리고 벌벌 떨기 바빴다. 바퀴벌레는 이미 제 갈 길을 간 지 오래였는데도. 

"내려오시죠."

"야 어, 어떻게, 내, 내려,가 지금, 쟤, 쟤 좀."

"갔으니까 내려오세요."

"진짜 무슨 바퀴벌레가..."

아무런 반응이 없는 시목과 달리 겁에 질려서 떨던 동재의 눈에는 눈물이 조금 맺혀 있었다. 동재가 고개를 드는 순간 눈이 맞은 두 사람은 아까와 전혀 다른 방향의 어색한 분위기가 흐르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너 왜 그렇게 봐. 벌레 싫어하는 사람 처음 보니?"

"싫어하는 게 아니라 무서워하는 거 아닙니까?"

"그거나 그거나지."

"눈물, 맺히셨는데요."

"놀라서 그래."

"예 그렇습니까."

여전히 시목의 무릎 위에 자리한 동재는 그제야 제가 시목의 품에 안겨있었다는 사실을 인지했다. 후배한테 안겨서 벌레 잡아 달라 애원한 꼴이라니. 창피함이 몰려왔지만 바퀴벌레와 손을 잡는 것보단 차라리 이게 낫다 싶었다. 

"이제 좀 내려오시죠. 무겁습니다."

"야 내가 뭐가 무거워."

"무거운데요."

"너보다 가볍거든."

"예."

"핸드폰 전파나 잡아봐 나도 돌아다니면서 잡아 볼 테니까."

시목의 반응에 마지못해 일어난 동재는 다리에 쥐가 나는 바람에 다시 주저앉았고 하필 그 순간에 시목은 균형을 잃어버렸고 하필 그 순간에 두 사람의 입술이 닿아버렸다. 하필 그 순간에, 우연과 우연의 연속이었다. 스치듯 닿았지만 촉감만은 확실했고 화들짝 놀란 동재가 바로 입술을 뗐지만 그렇다고 두 사람의 뽀뽀가 없던 일이 되진 않았다. 

"야 이 미친."

"제가 한 게 아니라 검사님이 한 겁니다."

"나도 의도한 게 아니거든?! 네 어디가 좋다고!!"

"예 그렇습니까."

"내가 의도한 게 아니라니까?"

"네. 전파 잡혔네요."

목까지 빨개진 동재와 달리 천하 태평한 얼굴을 한 시목은 여진에게 전화를 걸었고 날이 완벽하게 맑아진 게 아닌데다 안개가 자욱해 산을 헤매던 진범을 잡을 수 있었다. 한 시간이나 산장에 갇혀 있던 동재와 시목도 진범이 잡힘과 동시에 산장에서 벗어났으며 시목의 차를 타자마자 동재는 제 서류가방에 묵혀두었던 길거리에서 받은 물티슈로 입술을 닦아대는 동안 시목은 여진과 사건에 대한 이야기를 주고받고 있었다.

“아 그러니까 그 때 추락사 한 사람은 애인이 아니었네요?”

“저 진범이 애인입니다. 추락사 한 사람은 아마 산장에서 머물었던 사람 중 한 명이겠죠.”

“우발적 살인이라고 하기엔 너무 계획된 게 많았어요. 특히 자살로 가장한 거.”

“계획 살인이 맞을 겁니다. 자살로 가장하고 본인은 추락사 한 것처럼 꾸몄으니까요. 자세한 건 파일로 보내드리겠습니다. 지금 그것보다 더 해결해야 할 일이 생겨서요.”

“서동재, 맞죠?”

“네. 그럼 먼저 가보겠습니다.”

“가만 보면 황 검사님은 참 거짓말을 못한다니까.”

*

"그래서 쟤 꼬라지가 저렇다?"

"아이 부장님 제가 어때서요."

"거울을 봐라 네 상태가 멀쩡한지."

“사건 현장 관련한 건 경찰에 넘겼습니다. 사건 현장을 제외하고 이상한 점은 서 검사님과 뽀뽀한 일 말고 없었고요.”

"야 앞에 우연히 를 좀 붙여줄래."

"말도 없이 거길 왜 가? 아주 일을 만들어요, 일을. 둘 다 경위서 써와."

"저도요?"

"그럼 너도 같이 갔는데 황시목만 쓰리?"

"그건 그렇지만..."

"이만 가보겠습니다. 서 검사님 가시죠."

"응? 어딜?"

"용산서요."

"아 어."

"야 니네 경위서 쓰고, 어휴 저럴 땐 꼭 죽이 잘 맞아요. 부부사기단이야 뭐야."

"용산서는 왜. 아까 다 넘긴 거 아니었어?"

“중요한 자료를 넘기지 않은 것 같아서요.”

"아 그래? 그럼 좀 서두르자. 휴일인데 사건 때문에 날리기 싫어."

"서 검사님."

"어 왜?"

"남은 휴일 저랑 같이 쓰시죠."

"어?"

“다른 사건이 있습니다.”

"뭐? 야 내가 무슨 네 조수야?"

"가실 거 아닙니까?"

"아니 뭐 가긴 할 거지만... 확실하게 하자 내가 네 조수는 아니잖아."

"조수라고 한 적 없습니다."

"그래 죽었다 깨어나도 네 조수는 안 할 거야. 그래서 무슨 사건인데?"

"그건 도착 후에 알려드리겠습니다."

사건 발생 일시 2020. 08. 15

"뭐 이번에도 살인사건이야?"

사건 발생 장소 공덕래미안 508동 1002호

"그런 거 아닙니다."

"응? 그럼 뭔데."

사건 내용

"사랑과 관련된 일인데요."

"뭐? 잠깐 뭐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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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비밀의 숲 합작에 참여할 수 있게 되어 기뻤고 부족하지만 제 글을 읽어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하다는 말씀 전하고 싶습니다! 역시 제 손은 이런 좋은 주제를 담아내지 못하네요. 하핳 많은 존잘분들 사이에 끼게 되어 영광이고 정말 재밌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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